재정 이어 무역까지 '쌍둥이 적자'…외국인 자금 이탈 가속화하나

입력 2022-02-02 17:39   수정 2022-02-10 15:27

상당 기간 한국 경제의 버팀목은 건전한 재정과 탄탄한 무역 흑자였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이를 높이 평가해 한국에 투자해 왔다. 하지만 건전 재정은 문재인 정부 들어 무너졌다. 국민연금 수입 등을 합산한 통합재정수지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적자를 나타냈다. 재정적자 규모는 지난해 22조원 수준에서 올해 68조원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2018년 35.9%에서 올해 50.1%로 껑충 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른 한 축인 무역 흑자 역시 흔들리고 있다. 지난달 무역수지는 48억9000만달러 적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4억5000만달러에 이어 두 달 연속 적자다. 우리 경제가 두 달 연속 무역 적자를 낸 것은 14년 만이다. 무역수지가 핵심인 경상수지 역시 1월 적자가 불가피하다. 올 한 해 기준으로도 적자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른바 ‘쌍둥이 적자’다.

지난달 대규모 무역 흑자는 수출이 부진해서가 아니다. 수출은 견조했다. 15개 주력 수출 품목 중 선박을 제외한 14개 품목의 수출이 증가했다. 전체 수출 증가율도 지난해 1월 대비 15.2%로 나타났다. 11개월 연속 두 자릿수 수출 증가율이다.

문제는 수입이 지나치게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원유,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등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원자재값이 급등했다. 1년간 상승률을 보면 원유(두바이유 기준)는 51.8%, LNG 337.8%, 석탄 153.8% 등이다. 지난달 원유(75억달러)·가스(64억달러)·석탄(20억5000만달러) 수입액은 159억5000만달러로 작년 1월보다 90억6000만달러 늘었다.

문제는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세가 단기간 내 진정되기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우선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글로벌 수요가 늘었다. 인플레이션 심리마저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지정학적 위험 역시 커지고 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달 28일 “국제 유가가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크게 오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재정 적자는 이미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월만 놓고 보면 지난달까지 포함해 3년 연속 ‘1월 재정적자’ 가능성이 높다. 1월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보면 2020년 1조7000억원, 지난해 1조8000억원이었다. 올 들어선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정부의 각종 지원금 지급이 연초부터 시작돼서다.

연간으로 보면 사정이 더 심각하다. 정부는 1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때 올해 재정 적자 규모(통합재정수지 기준)를 68조1000억원으로 잡았다. 하지만 여야 대선 후보 모두 코로나19 지원금의 대폭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각종 ‘선심성 예산’ 편성도 공약으로 내건 상태다. 이 때문에 연간 통합재정수지 적자가 100조원에 이를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경상수지와 통합재정수지의 쌍둥이 적자가 기록된 것은 2020년 4월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코로나19로 인한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 지급돼 정부 지출이 급증한 가운데 해외 배당금 송금이 몰려 경상수지도 적자를 기록했다.

쌍둥이 적자가 발생하면 외국인 자금이 이탈할 공산이 크다. 최근엔 미국의 긴축과 맞물려 외국인 이탈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달 20~28일 7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다. 이 기간 순매도 규모는 4조406억원에 이르렀다.

외국인이 빠져나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적자에 따른 소비 위축 등으로 ‘더블딥’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더블딥은 경기가 일시 회복된 뒤 재차 침체에 빠지는 것을 가리킨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일상 회복이 더뎌지면 그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란 게 학계의 진단이다.

김익환/강진규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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